헬스케어
건강 챙기려 하나 둘 먹다보니…박준형 영양제 과다복용에 심장검사도
- [불안 먹고 크는 영양제 시장]⑥
효능 인지도 68% vs 안전 정보 인지도 10%
중복 성분·약물 충돌로 간 독성·신장 결석 위험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가수 박준형은 최근 한 방송에서 건강을 위해 챙겨 먹은 영양제로 오히려 몸이 망가졌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이후 건강 관리를 위해 비타민D3를 권장량을 훌쩍 넘는 하루 1만5000IU씩 1년간 섭취했다가 심장 관련 검사까지 받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검사 결과 그의 체내 비타민D3 수치는 일반인보다 10배나 높았고, 칼슘 대사에 이상이 생겨 신체 이상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 몸을 위해 매일 챙겨 먹는 영양제지만 복용하는 성분과 알약 수가 늘어날수록 성분을 중복 섭취하거나 약물과 충돌해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영양제 복용자의 68.3%는 자신이 먹는 성분의 ‘효능’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영양성분 함량’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6.6%, ‘부작용’과 ‘제품 간 조합 및 궁합’은 각각 13.9%에 그쳤다.
효능에 비해 안전한 섭취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셈이다. 영양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안 중복 섭취나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주의는 뒤로 밀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좋은 성분도 중복되면 부작용 우려
가장 흔한 문제는 같은 성분을 여러 제품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합비타민을 먹으면서 비타민D 단일제와 항산화 영양제를 추가 복용하면 지용성 비타민이 체내에 과다 축적되는 식이다.
눈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루테인도 마찬가지다. 망막이 루테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양에는 분명한 한계치가 있는데, 이를 초과해 흡수되지 못한 잉여 루테인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황반 중심부에 반짝이는 노란 결정 형태로 침착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영양제 성분끼리 체내 흡수 통로가 같아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는 ‘흡수 경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원장은 “예를 들어 밀크씨슬이 간 보호 효과가 있다 해도 여러 추출물 성분이 동시에 체내로 들어오면 간의 해독 과정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대사 경쟁이 일어나 중간 대사 산물이 체내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며 “성분에 따라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므로, 복용 간격을 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질환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가 영양제를 임의로 병용할 때 발생하는 약물 상호작용은 더 치명적이다.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국민 영양제인 홍삼이나 오메가3도 예외는 아니다. 홍삼은 복용 후 몸이 따뜻해지는 열감이 생길 수 있어 고열 환자나 혈압이 높은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혈압 상승이나 가슴 두근거림이 생길 수 있다. 혈액 응고를 막는 와파린과 홍삼을 병용하면 와파린의 혈중 농도가 낮아질 수 있고, 항혈소판제와 함께 먹으면 출혈 경향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고혈압약이나 혈액 응고 억제제(와파린·아스피린)를 복용하는 환자가 오메가3를 병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메가3 역시 혈액을 묽게 만들어 출혈 위험성을 키우고, 혈액 흐름이 가빠지며 혈압을 올릴 위험이 존재한다.
식품안전정보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은 항생제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상쇄되고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에게는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녹차추출물은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와 같이 먹으면 간 손상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손 부원장은 "특정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식품을 관련 질환자나 증상이 있는 분들이 기존 치료 약과 함께 드시면 기능이 과해지거나 반대로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영양제를 섭취한 후 부종, 알레르기, 두통, 소화장애 등이 나타나거나 섭취를 중단했을 때 증상이 호전된다면 영양제가 오히려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건기식은 식품일 뿐 치료제 아냐"
정보 부재와 무분별한 복용은 실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1년간 접수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관련 위해 사례는 총 1400건이다. 이 중 복통·구토·피부 발진·간 기능 이상 등 안전 관련 피해가 953건(68.1%)으로 가장 많았다.
섭취 경험자 2000명 대상 인식조사에서도 21.3%가 섭취 후 부작용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섭취자의 53.8%는 기본 안전장치인 '식약처 인정마크'조차 확인하지 않고 구매했다.
그간 영양제 시장을 둘러싼 논의는 효능 중심 공방에 그쳤으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중심을 안전성’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순위는 무분별한 복용을 줄이는 ‘영양제 다이어트’와 올바른 제품 선택 기준 마련이다.
정식 건기식은 식약처의 기능성과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건강기능식품’ 문구 또는 인정마크가 표기돼 있다. 이 마크가 없는 제품은 일반 가공식품으로 분류되므로 구별해야 한다.
제품 뒷면의 ‘영양·기능 정보’를 살펴 식약처가 인정한 원료인지, 1일 섭취량과 주의사항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허위·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사전 심의를 통과한 제품에 부여되는 ‘표시·광고 심의필 마크’를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손 부원장은 “건기식은 어디까지나 식품일 뿐 질병 치료제가 아니므로 권장 섭취량 범위를 벗어난 고용량 섭취는 피해야 한다”며 “개인의 장내 환경에 따라 영양소 흡수율도 제각각인 만큼, 자신이 먹는 영양제 제품을 직접 지참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전문가와 상의한 뒤 필요한 성분만 골라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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