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키 성장부터 맞춤형 영양제 식단까지…진화하는 건기식 시장
효능보다 앞서는 건강 불안…과잉 소비·선물 문화 돌아봐야
비만에 술꾼인 아들, 사위 건강이 걱정이신 어머님과 장모님이 보내주신 건강기능식품에 명절이나 생일 때 지인들이 선물한 영양제가 주방 한쪽 수납장에 쌓여 있다. 포장만 뜯고 소비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죄송하고 미안한 일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우리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간에는 밀크시슬, 눈에는 루테인, 관절에는 글루코사민, 혈행에는 오메가3가 좋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챙겨 먹어야 할 것이 하나둘 늘어난다.
아이들을 겨냥한 제품들도 넘쳐난다. 면역력에는 홍삼, 장 건강에는 유산균, 뼈 성장에는 칼슘과 비타민D를 권한다. 기억력·집중력을 끌어올려준다는 제품은 비싼 값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성별과 연령은 물론 생활습관과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제를 골라준다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까지 있다. 자녀의 키가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겨냥한 제품이다.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키를 영양제로 더 크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일부 원료가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영양제만 먹으면 몇 센티미터씩 더 큰다는 뜻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어린이 키 성장을 내세운 식품·의약품의 온라인 부당광고와 불법판매 166건을 적발했다. 자녀의 키에 대한 부모의 걱정이 상술의 표적이 된 것이다.
다른 영양제들도 마찬가지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특정 성분이 신체 기능 유지·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그 제품을 먹으면 건강이 좋아지거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대는 종종 그 경계를 넘어선다.
영양제가 쓸모없다는 게 아니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의학적으로 보충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내 몸에 필요한지 확인하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먹고, 나이가 들었으니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토다.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 '불안 먹고 크는 영양제 시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들여다봤다. 약국을 넘어 온라인 쇼핑몰과 화장품 매장까지 영양제 판매 경쟁이 벌어지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저마다 특정 성분의 효능을 강조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시장은 넓어지고 상품은 다양해진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의 건강 증진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키운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만은 아니다. 건강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부모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마음, 나이 들어가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명절마다 주고받는 홍삼과 비타민은 어느새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처럼 됐다.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면서 무엇에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검증된 효능일까, 건강해질 것이라는 기대일까. 어쩌면 가족과 지인을 위해 할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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