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 시장이라더니…식품 공룡들의 영양가 없는 영양제 전쟁
- [불안 먹고 크는 영양제 시장]⑤
오는 2031년 약 900조 시장 형성 전망
성장 기대감 속 참여자 증가로 경쟁 치열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영양제가 식품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저속노화와 라이프스타일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식품은 대표적인 저성장·저마진 구조의 산업이다.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 발굴에 나선 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 영양제를 핵심 대안으로 삼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속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급부상
네슬레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은 건기식 시장 안착의 기반이 됐다. 지난해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의 연간 매출은 65억5100만스위스프랑(약 10조원)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네슬레의 글로벌 건기식 시장 점유율을 3~6위권으로 평가한다.
프랑스 다논과 영국 유니레버, 일본 기린홀딩스 및 산토리홀딩스 등 글로벌 식음료 기업들도 건기식 시장 진출을 마쳤다. 이들 기업은 비타민부터 영양·전해질 보충제, 환자식까지 제품군을 넓히는 추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치료에서 예방 및 일상적 관리로 확대됨에 따라 건기식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식품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유통망과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경쟁
글로벌 건기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해서, 기업의 성공 확률이 비례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참여 기업이 급증해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건기식 시장은 2025년 5132억달러(678조9600억원)에서 올해 5377억4000만달러(711조4300억원) 규모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31년에는 6790억5000만달러(898조43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은 4.78%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 식품 기업들도 건기식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심·동원F&B·대상·에이치와이(hy) 등은 직접 또는 자회사를 둔 형태로 건기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삼양식품은 대사 전문 건기식 브랜드 ‘스핀들을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세포 에너지 생성과 전신 순환의 중심축인 미토콘드리아에 초점을 맞춰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를 가져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스핀들을 앞세워 헬스케어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의 외형 성장과 개별 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별개의 문제다. 시장이 주목을 받을수록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겨뤄야 하는 기업들의 생존 환경은 더 가혹해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업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의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CJ그룹의 건기식 전문기업 CJ웰케어다. 이 기업은 CJ제일제당의 건강 관련 사업부에서 분리돼 2022년 1월 공식 출범했다. CJ웰케어는 CJ의 건강사업 노하우와 기술력을 발판으로 건기식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출범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도별 영업손실은 ▲2022년 161억원 ▲2023년 71억원 ▲2024년 63억원 ▲2025년 5억원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네슬레 헬스사이언스는 지난달 ▲네이처스 바운티 ▲오스테오 바이플렉스 ▲퓨리탄스 프라이드 등 보급형 비타민·미네랄 보충제 사업부를 미국 사모펀드 옐로우 우드 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보급형 라인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전문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행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까지 나오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식품 기업의 대부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익성 확대 요인이 절실한데, 최근 몇 년간 건기식이 주목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경쟁이 워낙 치열해 남들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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