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냐 세대교체냐”…이재근 첫 인사, KB CEO 10명 운명은?
- [이재근號 KB금융]①
국민은행장 인선 최대 변수…정문철·김재관 등 물망
계열사 CEO 10명 임기 만료…성과·전문성·공정성 시험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부문장이 내정되면서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10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가운데 차기 국민은행장 인선 결과에 따라 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 내정자를 발탁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 기존 경영진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나이보다 역량과 전문성을 중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만큼 단순한 세대교체보다는 각 계열사의 경영 성과와 사업 연속성을 고려한 선별 인사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 등 10명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이 가운데 이홍구·구본욱·빈중일·김영성·성채현 대표는 통상적인 ‘2+1년’ 임기를 채운다. 반면 이환주 행장과 김재관·정문철·윤법렬·박찬용 대표는 첫 2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첫 임기를 마친 CEO에게 경영 성과 등을 평가해 연임 기회를 부여해온 관행이 새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국민은행장 인선 촉각…보험·카드 연쇄 이동 변수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는 국민은행장이다. 이환주 행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첫 임기를 마무리한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리딩뱅크 지위를 되찾는 등 경영 성과를 냈다는 점은 연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새 회장 취임과 맞물려 조직 쇄신 요구가 커졌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으로는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거론된다. 이들 모두 은행 또는 지주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지만 전문 분야에는 차이가 있다.
정 대표는 국민은행 재무기획부장과 ▲전략본부장 ▲경영기획그룹 ▲중소기업고객그룹 ▲개인고객그룹 등을 거쳤다. 은행의 재무·전략부터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영업까지 경험한 데다 현재 보험사 경영도 맡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KB금융 CFO를 지낸 뒤 국민카드 경영을 맡았다. 그룹 차원의 재무관리와 자본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나 전무 역시 지주에서 재무와 자본관리를 담당해온 인사로, 그룹의 자본배분 전략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환주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어 실제 인선 결과는 후보 검증 절차를 거쳐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민은행장 인선은 다른 계열사 인사와도 맞물린다. 정 대표가 은행장으로 이동하면 KB라이프생명 대표 자리가 비게 되고, 김 대표가 이동할 경우 국민카드 후임 인선이 필요해진다. 나 전무 역시 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이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심 계열사 한 곳의 인사가 다른 계열사의 후속 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2+1년’ 채운 CEO들 거취…실적·전문성도 변수
비은행 계열사 CEO들의 경영 성적표도 연말 인사의 주요 변수다. 구본욱 대표가 이끄는 KB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68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1.2% 감소한 규모다. 보험영업 환경과 자산운용 여건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지만, 구 대표가 통상적인 3년 임기를 채운다는 점에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재관 대표가 이끄는 KB국민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 3317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조달비용 상승에도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관리를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 요소다. 김 대표가 국민은행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연임뿐 아니라 계열사 간 이동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정문철 대표가 이끄는 KB라이프생명은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와 건강보험·시니어 사업 육성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 순이익뿐 아니라 통합법인의 안정화와 신사업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건이다.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역시 통상적인 3년 임기를 마치는 만큼 거취가 관심이다. 각 CEO의 연임 여부는 단순한 재임 기간이나 순이익 증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업권별 경영 환경과 사업 성과, 향후 성장 전략과의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세대교체 넘어 공정성…‘이재근식 인사’ 촉각
금융당국이 연말 CEO 인선 이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기로 하면서 인사 부담도 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를 배제하고 능력에 기반한 CEO 선임 절차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 내정자 역시 연령보다 역량과 전문성, 조직원의 헌신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중시하고 회장 개인의 판단보다 정해진 절차와 시스템에 따른 인사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행 출신 인사의 비은행 계열사 이동이 확대될지, 보험·카드·증권 등 업권 전문가를 중용할지도 관심사다. 후보자의 과거 근무 인연보다 경영 역량과 사업 적합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내정자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새 회장 취임 이후 연말까지 주요 계열사 CEO 인사가 이어지는 만큼 첫 인선은 향후 그룹 운영 방향을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계열사 임추위원이 매년 상시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관련 절차와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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